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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9-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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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미디어 시대의 우리 사회에서 종이의 쓰임새는 차츰 줄어들고 있다. 이제 학교 교육현장에서도 조만간 종이 교과서가 사라질 전망이다. 지난해 교육부는 2014년부터 디지털 교과서를 학교 현장에 시범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1년 발표했던 지난 정부의 계획보다 축소해서 우선 시범 적용 대상은 중1, 초3~4학년이며 시범과목은 사회와 과학에 한정했다. 새롭게 사용될 디지털 교과서는 기존 책자형 교과서에 용어사전, 멀티미디어 자료, 평가문항이나 심화·보충학습자료를 부가했다.
또 초등 150개교, 중학교 300개교를 대상으로 초등 3~4학년, 중학교 1학년(또는 2학년)에 디지털 교과서를 보급하기로 했다고 지난해 8월 14일 언론에 ‘보도자료’를 돌렸다. 물론 시범 연구학교 외 희망학교에도 디지털 교과서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현재 제주특별자치도나 세종특별자치시 등과 같이 일부 학교에서는 디지털교과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부는 당초 책자형 교과서와 연계해 디지털 교과서와 전자교탁·전자칠판 등 다양한 교수 학습 자료를 활용할 경우 교실 수업에서 학생의 흥미와 참여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의 자기주도 학습능력이 배양될 것으로 기대해왔다. 그로인해 종이 교과서를 대체하는 디지털 교과서와 전자 교육기자재가 들어서는 ‘스마트교실’의 활성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한발 후퇴 스마트교실 정책 그러나…


스마트교실의 기본이 되는 디지털 교과서는 정형화된 형태의 교과서라기보다는 일종의 콘텐츠다. 소프트웨어를 개별 기기가 아닌 데이터센터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교과서 내용이 인터넷 서버에 저장되면 언제 어디서나 PC, 태블릿PC, 스마트폰, 스마트TV 등 다양한 기기로 불러내 사용할 수 있다. 때문에 교육부는 종이 교과서가 당장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지난 2011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디지털교과서 추진안’이 2015년까지 ‘디지털 교실’을 위한 모든 환경을 갖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학교별 여건과 상황에 따라 당분간은 종이 교과서를 병행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설명이 종이인쇄업과 출판업계를 고려한 것일까? 시간이 지날수록 종이교과서는 퇴보하고 디지털교과서를 통한 수업환경 조성 차원의 스마트교실은 갈수록 힘을 얻을 것이다.  
물론 현 교육부는 지난 이명박 정부의 기존 스마트교육 추진전략(2011. 6. 29.)이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여론에 따라 당초 사업 범위를 축소하고 연구학교 운영결과를 바탕으로 성과분석과 정책토론회 및 모니터링단 등을 통한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있다. 당초 2015년 적용방안에서 2015년 이후로 한 발 후퇴 내후년까지로 연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멀티미디어 시대 ‘스마트학습’ 대세인가?


교육콘텐츠 기업으로 스마트학습기를 개발 생산하고 있는 업체 관계자들은 “멀티미디어 기기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 종이로 공부하라면 오히려 역효과”라며 스마트 학습기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그리고 다양한 전자 학습기와 교육기자재를 교육현장에 보급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교과서를 포함한 스마트교실에 대한 우려 목소리 역시 만만찮다. 인지 능력이 비슷한 2명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태블릿PC와 종이인쇄물을 각각 나눠준 뒤 복잡한 문장에서 특정 단어를 찾아내도록 난이도별 테스트를 10번 반복하는 실험에서 문제를 푸는 속도의 경우 종이에 문제를 푼 학생이 10번 중 8번이 빨랐다고 한다. 오답률도 종이 문제 학생이 3분의 1가량 적었다는 실험결과가 여러 언론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또한 미국 닐슨 노먼 그룹 연구에서도 태블릿 PC가 활자 매체에 비해 가독성이 6% 가량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도 소개됐다. 미국 워싱턴 대학 등에 따르면 키보드나 터치스크린을 누를 때보다 손 글씨를 쓰며 공부할 때 이해도와 기억력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태블릿 PC로 책을 보면 뇌파가 게임을 하는 것과 비슷해진다는 연구결과들은 디지털이 결코 종이에 비해 교육효과 측면에서 이로운 것이 아니란 설명이다.
이에 대해서는 일부 교사들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 좋은교사운동(공동대표 김진우 임종화)은 정부의 스마트교육 추진과 관련 지난 2012년부터 여러 차례 토론회를 가지기도 했다. 여기에서 나온 결론으로는 ‘스마트 러닝에 사용되는 멀티태스킹이 뇌에 미치는 영향은 학계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는 것이다. 거기에다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와 교육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교수학습방법을 학교 현장에 지나치게 성급히 도입하려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스마트교육추진의 근거가 되는 기존의 교수학습 교육정보화사업(에듀넷, 사이버가정학습, IPTV, 파스텔, 디지털교과서 등)은 현장교원과 학생들로부터 외면 받아 왔던 현실과 사업에 대한 불만이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돼 왔으며, 정보화를 통한 교수학습 효과성에 대한 의문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인 점을 들어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넘칠 시 빼도 됨
디지털 교과서로 인해 “오히려 소프트웨어에 학습내용이 종속되고 학생들의 학습이 획일화되는 것 아닌가. 공부해야 하는 학습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보여주면 학습이 일어나는 것인가? 오히려 사고할 기회가 줄어들고 학습내용을 탐구하거나 유추해보는 과정 없이 잘 정리된 학습내용을 확인하는 수준으로 저하되는 것이 아닐까?”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사회 여러 각처에서 종이의 활용도가 점차 줄어들고 덩달아 종이 인쇄물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종이 교과서마저 사라진다면 종이와 관련된 인쇄업계는 물론 문구업계도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디지털교과서와 전자 교육기자재를 활용한 스마트교실의 완전 정착에는 좀 더 시일이 걸릴지 모르나 멀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스마트교실의 부정적인 면만 부각시키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 인쇄·출판업계의 활로모색이 절실한 시점이다. 새로운 대안마련과 신수종산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틈새시장을 찾고 공략하는 지혜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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