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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쇄산업 中·日 ‘족쇄’ 벗을 수 없나- 당장 이익 쫓겨 기술개발 투자 소홀
  • 기사등록 2014-04-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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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만든 민족이라는 점에서 한국은 나름대로 ‘인쇄종주국’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그러나 지금 국내 인쇄산업의 현실은 이러한 자부심이 무색한 느낌이다. 실제 국내 인쇄업계는 중국과 일본의 영향력 아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이기 때문이다.



중일 의존도 높고 독창성 날로 퇴색된 국내 인쇄기술


목판인쇄나 금속활자의 최초 제조국이라는 우리 인쇄업계는 일본식 ‘인쇄용어’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데다 인쇄기계도 다수가 일본과 중국의 제품이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한 인쇄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인쇄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중국과 일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피력했다.


“우리 인쇄업은 그동안 독창적인 면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너무 일본 의존도가 심했다. 일본을 흉내 내고 그 기계를 공급하다 보니 인쇄의 큰 변혁이 일어나지 못했다. 이제는 이를 탈피해 유럽 등 선진국으로 눈을 돌려 다양한 기술을 배워 경쟁해야 인쇄선진화를 이루고 인쇄산업이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우리나라 인쇄영역 가운데 인쇄기계 즉 설비산업에 대한 대중 및 대일 영향력을 살펴본다. 과연 국내 인쇄설비산업에서 차지하는 일본이나 중국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전문가들에 의하면 인쇄 설비 분야에서는 현재 중국의 영향력이 가히 절대적이다.



막강 성장세 중국 인쇄시장


지난 2011년 현재 중국 전체 인쇄 관련 기업의 수는 10만 2,484개나 된다. 이들 인쇄기업을 통해 얻어지는 인쇄공업 총생산액만도 우리 화폐 기준으로 160조원, 총자산액은 170조원에 이르고 있다.


또한 2011년 중국의 인쇄설비업 시장 규모는 연간 9조가 넘는다. 세관 통계에 따르면 2011년 중국인쇄설비 수입액은 25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2011년 중국인쇄판재 사용 총량은 2.59억㎡에 달한다. 그 중 CTP판의 사용량은 1.17억㎡에 달하며 이는 전체 인쇄판재 사용량의 46% 정도가 된다.


이러한 중국 인쇄산업의 흥왕 배경에는 국가정책을 통한 체계적이면서도 전폭적인 지원 때문이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때 국가에서 이를 적극 지원하지만 우리 국내사정은 현재 별다른 국가지원이 없다.

그나마 기존에 있던 지원도 이미 사라졌다. 그런 만큼 새로운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PS판을 제대로, 확실히 만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장기적인 경기침체 상황 아래의 기업이 스스로 고비용을 투자해가며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려는 의욕을 품기는 어렵다. 결국 싼 중국기자재를 국내로 들여와 판매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때문에 한 인쇄설비업자는 “우리나라의 인쇄업계가 살아갈 수 있는 길은 인쇄물 수출밖에는 없는 것 같다”고까지 말한다.



중국 레이벌기계 일본도 위협권


현재 인쇄기계에서 일본제품도 국제적으로 예전과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저렴한 기계는 중국제 사용이 우선된다. 거기에다 중국의 발전된 기술력은 이미 일본도 따라 잡은 만큼 우리 인쇄업계는 중국의존적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는 설명이다.

이는 유럽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만결’은 유럽 쪽으로 인쇄기계 수출에 나섰다. 심지어 일본의 산끼 인쇄기계 영업자들도 중국기계를 구매해 일본시장에 내놓고 있을 정도이다.

이러한 현실은 일본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추세인 만큼 국내 인쇄업계는 중국의 영향력 아래 놓여있게 된 것이 현 추세인 셈이다.


물론 이처럼 인쇄산업에서 특정 국가의 영향력 아래 놓였다는 것을 꼭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만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실례로 레이벌인쇄시장의 경우 국내는 일본장비의 수입과 함께 성장해 왔다는 것이다. 국내 인쇄 장비산업이 일본장비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일본산 장비의 수입이 국내산 장비 발전을 저해하지만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일본장비를 경험했던 사용자들의 눈높이에 맞추려 국산장비개발업체는 온갖 심혈을 기울였으며 그로인해 국산장비가 그나마 동남아시아로의 수출까지 이뤄지게 된 사실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현 추세를 살펴볼 때 국내업체들의 기술개발의지가 예전처럼 뒷받침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남아 있다.


지난 3월 24일부터 29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있었던 국제 인쇄전시회 ‘IPEX 2014’의 경우도 중국의 강세는 여전했다. 그러나 국내업체는 후가공 및 제책기 전문 생산 업체인 기선과, HG KOREA에서 영국 하이츠 사와 협력해 ‘ANJO FlexoCTP’를 전시한 것이 거의 유일했다.


이는 곧 한국 인쇄산업이 기술개발을 통한 해외시장 개척 등의 험난(?)한 길을 가기보다는 예전처럼 ‘중국산은 믿을 게 못 된다’가 아닌 ‘중국 제품이 우수하다’로 여겨져 값싼 제품을 구입해 수익만 얻으려는 풍토가 조성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이제 국내 인쇄설비업계의 투자 활성화가 일어나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 이상 자체개발의 한계로 인해 투자에 망설이지 말고 우리의 선진기술이 해외에서 인정받아 우리 인쇄기술이 국제적인 위상을 회복되도록 해야 할 시점이 됐다.

아울러 중국과 일본 외에도 구미와 유럽 등으로 눈을 돌리는 방안도 필요한 시기가 도래한 만큼 이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것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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