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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인 목줄 죄는 인쇄영역침식 -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에 - 11개 지역에서 발간실 운영 - 장애인 보훈단체 외주 심각
  • 기사등록 2016-05-30 10:2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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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영역침식의 확대에 인쇄인들이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관공서의 발간실 및 지방 지역신문사, 보훈단체와 장애인단체 등의 인쇄물 수주가 인쇄인들의 목줄을 죄고 있다. 이제는 법과 제도에 의해 인쇄영역을 보호받아야 할 시점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제9장 제123조 제3항은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인쇄인들의 대부분은 중소기업 규모도 안되는 영세기업인데도 불구하고 법적 제도적 보호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인쇄영역침식이 어떻게 이루어 지고 있으며 그 피해가 얼마나 큰지 살펴보기로 한다.

 

자체발간 인쇄물 연간 38억 원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발간하는 인쇄물을 늘리면서 인쇄인들의 사업 영역이 큰 침범을 받고 있다. 이는 지자체의 예산 낭비인 동시에 인쇄중소기업의 경영난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크다.

 

중기중앙회가 발표한 최근 3년간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자체발간실 운영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17개 광역지자체 중 11개 지자체가 자체발간실을 운영 중이며, 연간 243억 1,000만원의 인쇄물을 발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발간실을 갖춘 광역지자체는 광주·대구·대전·인천·울산·세종시 등 6개 광역시와 경기·강원·전북·경남·제주도 등 5개 광역도다.

 

자체발간 인쇄물 규모는 연간 38억원이었으며 외부발간 인쇄물은 205억원으로 전체 인쇄물량 중 27%를 자체발간하고 73%를 외부에 발주하고 있었다.

 

발간실이 없는 서울, 부산, 충북, 충남, 전남, 경북 6개 지자체의 외부 발간 인쇄물은 102억원이었다. 지자체 중 대전(92.5%), 경기(77.8%), 전북(46.2%), 광주(42.2%)는 전체 인쇄 발간물의 40% 이상을 자체 발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의 경우 자체 발간 금액이 연간 12억2천여만원으로 지자체 총 자체 발간금액의 32.3%(연 38억 원)을 차지했다.

또한 자체발간실은 대부분의 인쇄업체 보다도 더 비대했다. 지자체발간실 근로자수는 평균 4.6명으로 인쇄업체의 3.9명보다도 많았다.

 

이 중 경기도는 직원 수가 10.3명으로 2위인 전북(6.3명)보다 40% 가량 많았다. 자체발간실의 보유 인쇄장비수도 평균 6.6대로 인쇄중소기업의 1.7대를 3배 웃돌았다. 특히 9개 자체발간실의 자체 발간금액중 인건비와 같은 간접인쇄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8%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자체의 인쇄물 외부 발주가 임의적으로 결정되는 경향도 짙었다.

 

17개 지자체의 외부발주를 보면 중소기업간 경쟁입찰을 통한 계약 비중이 27.9%에 불과했다. 나머지 72.1%는 수의계약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장애인단체 명의 차용도 빈번

 

중기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17개 광역지자체 외부발주를 분석해 본 결과 중소기업간 경쟁입찰을 통한 외부발주는 27.9%에 불과했으며, 장애인·보훈단체를 통한 수의계약 6.0%, 조합추천 소액수의계약 3.3%, 기타 일반수의계약 62.8%의 양상을 보였다.

 

특히 보훈, 복지단체를 통한 외부발주는 전체 외부발주 대비 비중이 적은 편이지만, 일부 지자체의 경우 보훈, 복지단체를 통한 외부발주가 상식수준을 넘어서고 있었다. 특히 경기도는 74.2%로 가장 많았으며, 광주 38.4%, 세종 18.3%, 대구 9.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조합추천을 통한 소액수의계약은 전체 17개 지자체 중 9개 자치단체가 이용하지 않고 있고, 제도의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이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 구매 의무비율'에 따른 생산품을 대부분 인쇄물로 구매해 의무비율을 채우는 것도 문제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증장애인생산품우선구매특별법은 중증장애인생산품 구매계획의 작성 등과 관련 ‘공기관별 총 구매액의 100분의 1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다수 공기관은 총구매액의 1%에 해당하는 상품으로 인쇄물과 복사용지 등을 구매하고 있다. 한 예로 중기청 본청의 중증장애인생산품 구매비중은 인쇄물 60%, 토너 15%, 복사용지 15% 등이며 경기중기청은 인쇄물 67%, 복사용지 28% 등으로 조사됐다.

 

대부분 영세 인쇄업의 경우엔 공기관 납품이 어려워 인쇄 자체를 중증장애인생산품 업종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지적이 크다.

 

이로 인해 영세 인쇄업체의 일부는 공기관 납품을 위해 중증장애인단체의 명의까지 빌려 5~10% 수수료를 지불한 후 입찰에 참여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공기관이 중증장애인의무구매액의 30% 이상을 인쇄물 등 특정품목으로 구매할 수 없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애인이나 장애인 단체, 보훈단체를 악용한 사례도 우려된다. 일례로 지난 2012년 ‘보훈처서 허위 공문서를 발급 받아 정부와 845억원에 달하는 인쇄물을 수의계약했다’는 기사로 인쇄업계는 떠들석 했다.

 

매년 500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는 공공기관 인쇄물량을 국가유공자와 장애인단체가 지금까지 합법적(?)으로 체결한 수의계약의 건수와 금액은 천문학적인 금액에 이를 것이다.

 

언론사 인쇄 수주는 영세업체 고사

 

지방 지역신문사 등에 의한 영역 침식도 심각하다. 지역을 대표하는 유력 언론사가 자회사를 두고 선거 홍보물 수주전 및 인쇄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막강한 인적 네트워크와 물량을 바탕으로 지역의 영세 인쇄소를 고사시키게 된다.

 

지난 2006년 당시 대전충남인쇄조합은 지역 모 일간지를 상대로 인쇄영역침해에 대한 투쟁에 나섰다. 당시 지역 모 일간지가 산하에 기획사를 설립한 후 기자들을 동원해 관공서 등 인쇄물량 수주영업에 나서게 했던 것이다.

 

이에 당시 구자빈 이사장을 중심으로 이를 강력히 항의하며 생존권 사수차원에서 집단투쟁에 나섰다. 그러나 오히려 해당 일간지에서 소송을 제기했으며 만 3년의 지리한 법정 소송전 끝에 승리할 수 있었다.

 

구 전 이사장에 의하면 이후 해당 일간지의 공식적인 인쇄수주 영업행위는 차단됐으나 요즘도 암암리에 인쇄수주영업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 전 이사장은 이 지역 일간지의 수법을 벤치마킹한 모 지자체 일간지가 기자들에게 인쇄영업을 시키면서 가뜩이나 열악한 해당 지역 인쇄사들이 일감을 빼앗겨 문을 닫는 업체가 늘어났으며 이로 인해 결국 지난 2010년에 해당 지자체 인쇄조합이 결국 해체되는 하나의 원인이 됐다고 전했다.

 

언론사의 영역침식은 이밖에도 지난 2010년 총선을 앞두고 대구경북지역에서도 일어났다. 지역 유력 일간지가 자회사를 두고 인쇄물 수주 영업활동을 함에 따라 지역 인쇄협동조합이 결의문을 채택하고 항의방문에 나서는 일도 있었다.

 

이밖에 지난해 9월 농민을 대표하는 한 신문은 농협의 인쇄물량을 수주해 인쇄업체에 재하청 주는 과정에 이권이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특정업체에 인쇄물량을 몰아 주도록 지시하고 뒷돈을 받은 단서가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쇄 전문화 위한 법과 제도확립 필요

 

인쇄산업도 독자산업이기 때문에 인쇄전문가들이 인쇄물을 생산, 유통시켜야만 부실을 방지할 수 있고 불량과 생산성 저하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어 순수 민간인쇄사들이 생산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

 

장애인단체나 지방 지역신문사, 관공서 발간실에서 인쇄물을 수주할 경우 인쇄물 거래질서가 훼손될수 있고 비전문가들의 생산으로 품질저하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인쇄물은 전문 인쇄인들이 생산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확립하여 인쇄발전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여론이 늘고 있다. 이와함께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를 적극 활용, 대기업의 인쇄시장 진입이나 확장도 동시에 견제하므로 인쇄시장이 원활히 작동토록 해야 한다.

 

인쇄시장의 영역침식만 방지될 경우 상당한 물량의 인쇄물을 지킬수 있으며 이는 인쇄사 가동률도 높일수 있고 인쇄물제값받기 실현과 채산성 향상도 이룰수 있는 이점을 안고 있다.

 

신수종산업 진출 등 새로운 인쇄물 수요창출도 중요하지만 우선적으로 기존에 존재하는 인쇄물을 지키는 것도 꼭 실현되어야 할 조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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