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박물관 오준석 학예연구관과 전지연 학예연구사는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당사주책(唐四柱冊)의 변색한 가장자리 부분을 조사한 결과 콩 단백질로 추정되는 물질을 발견했다.
이 갈변(褐變) 현상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 사이에 민간에서 펴낸 것으로 추정되는 당사주책 아홉 권 가운데 일곱 권의 모서리에서 발견한 것이다.
이를 광학현미경과 적외선분광광도계 등으로 분석한 결과 갈변 부위 종이 섬유에 아교와 콩 단백질 등과 같은 물질을 발견해냈다. 특히 콩 단백질의 경우 책장을 자주 넘길 경우 찢어질 우려가 있어 코팅이 필요했으며, 갈변된 모서리 부분만 콩물에 담갔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기름을 칠하면 코팅력은 강하지만 건조나 가열 처리 과정을 거쳐야 해 번거롭지 않은 콩즙으로 종이를 코팅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당시의 식물단백질 코팅은 책 외에도 윷판, 부채, 갈모, 삿갓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구진들은 이번 연구와 관련 문화재 연구 특성상 한정된 시료로 비파괴분석을 할 수밖에 없어 향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조심스런 입장을 내비쳤다.
한편 당사주책은 사주를 토대로 천상에 있는 별의 운행 방식에 맞춰 길흉을 점치는 방법을 정리한 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