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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인터뷰 - 최신 무선 PUR제본 선도업체 일진제책사 유성기 대표
  • 기사등록 2015-11-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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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제책업계는 성수기다. 얼마 전 이슈가 된 국정 국사교과서 제작을 비롯해 신학기 교과서와 참고서류, 캘린더와 다이어리뿐만 아니라 단행본 기존물동량이 겹쳐 일 년 중 가장 분주한다.

고양시 장항동에 위치한 일진제책사 240평 무선제책 라인에서 2교대 종사자 30명이 생산라인을 움직인다.

시간당 최대 1만부에서 1만 2,000부 작게는 2,000~3,000부 제책 라인을 가동하는 일진제책사 유성기 대표의 만면에는 ‘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자긍심이 가득했다.

유성기 대표는 지난 10월 11일 코엑스에서 열린 ‘제29회 책의 날’ 출판문화 발전 유공자 시상식에서 제책인으로서는 유일하게 ‘관련업계 출판유공자상’을 수상했다.

“2세 경영을 잇기 어려울 만큼 시간과 인력을 투자해도 생산부가가치가 낮다”고 ‘다들 어렵다’ 호소하며 제책의 미래에 대해 선뜻 제책을 통한 사업 성장을 낙관하지 않는 시류 속에서도 43년째 제책 외길을 걸어온 유성기 대표는 ‘책 만드는 사람’으로서 희망을 말한다.



좋은 선배를 만난 게 행운


삼화인쇄 고 유기정 회장과 현 유성근 회장과의 만남은 유성기 대표의 인생을 도약하게 했다.

“인쇄인으로서 가장 큰 보람은 사회·도덕·경제적인 배움을 안겨준 삼화인쇄 고 유기정 회장님을 모신 데 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 회장과 제8~10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고 유기정 삼화인쇄 회장은 1954년 삼화인쇄를 창립했다. 당시 국내 최초로 원색사진동판인쇄시설을 도입하고 인쇄물 수출 시장도 개척한 선도적 중소기업인으로 평가받는다.


“좋은 어른과 선배를 만난 게 가장 큰 행운입니다. 많은 걸 배웠습니다. 유성근 회장은 외국에서 일하신 노하우를 살려 국내업계가 지닌 기존의 구태를 혁파했습니다. 30년 근무하며 아무리 어려워도 직원들 월급을 미룬 적이 없습니다. 저 역시 어려운 고비를 넘기면서도 직원들 월급은 항상 제 날짜에 지급하고 있습니다.”


삼화인쇄 말단으로 인쇄업에 첫발을 내딛은 지 43년째, 일진제책사 창업 10년차다. 창업당시 제책중고기계와 공장 터를 인수했다. 낡은 중고기계는 채산성이 떨어져 이듬해 일본산 무선제책기계를 도입했다. “갑자기 달러와 엔화 값이 솟구쳐 리스가격 부담이 상당했습니다. 한마디로 10억원 하던 기계가 갑자기 20억원대로 상승한 것입니다.”


2007년부터 엔화와 달러가 오르면서 리스가격도 덩달아 상승했다. 최근까지 리스 부담이 버거웠다. 요즘은 생산성이 줄어도 리스부담이 줄어서 좋다. 너무 어려운 고비를 넘은 탓에 요즘은 숨이 트인다.


처음에는 단행본으로 시작했다. 2010년 단행본을 줄이고 다들 꺼리는 카달로그 및 수출품과 다이어리로 생산방향은 선회했다.

남들이 안하던 PUR에 시설을 투자해 제책의 고급화를 시도했다. 1년 전부터 너나할 것 없이 PUR 분야에 경쟁업체들이 뛰어들어 단가가 떨어져 아쉽다. PUR 시장도 평준화 되었다.



독서인구 위한 장기적 대책 필요


미국의 경우 전자책 가격이 오르고 스마트 폰으로 전자책을 읽던 독서인구가 다시 종이책 시장으로 넘어오고 있다는 소식이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인쇄산업의 투자가 늘고 있어 고무적이다.

종이책이 전자책보다 기억력 증진에 좋다고 한다. 더욱이 전자책의 경우 장시간 전자파에 노출될 경우 시력과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보고도 늘고 있다.

하지만 전체 독서시장은 책을 읽고자 하는 대중 자체가 줄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성기 대표는 독서시장의 희망을 넌지시 전한다.


“아이들 책 시장은 꾸준히 성장했습니다. 동화책을 읽고 자란 세대가 성장하는 20~30년 후에는 독서인구 재생산으로 출판시장이 살아나지 않을까 긍정적인 희망을 가져봅니다. 업계에서도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 미래 독서 인구를 위한 대책을 세워주길 소망합니다.”




제책분야 법적 제도적 장치 필요


제책분야의 법적 지위 향상에 대해 강조하며 “제책이 인쇄·출판과 동등한 입장이 되면 희망을 갖고 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인쇄분야는 갑을 관계가 확연해 서로 경쟁하며 불안해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독서시장의 불황은 독서인구의 의식수준 저하와 생산의 과잉투자에서 비롯됐다고 봅니다. 엔화와 달러가 약할 때 중고시설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무조건 기계를 돌리면 저절로 살 수 있다는 의식이 팽배했습니다. 당연히 인쇄품질의 저하를 불러왔습니다. 더욱이 신흥중소업체가 자기만 살겠다고 개념 없이 단가를 낮춰서 ‘제살 깎아먹기’ 식이 되었습니다. 과거 삼화인쇄·동아출판사·교학사·양지사 등 대형 인쇄출판업체의 선구자적인 역할이 인쇄산업발전을 가져왔다면, 신흥인쇄업자들은 영역을 가리지 않고 단가를 낮춰 상호공존의 질서를 무너뜨려 인쇄업계가 더욱더 어렵게 되었습니다. 즉 물동량이 줄어든 게 아니라 신흥중소업체가 물불을 안 기리고 단가를 낮춰서 시장을 더욱 교란시켰다고 봅니다.”



또한 인쇄업계의 어려운 점은 노동인력의 고령화와 인건비 상승에도 있다고 지적했다. 즉 인쇄기술을 배우려고 하는 사람이 줄어서 젊은 층의 새로운 인력 보충이 안 돼 인건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유성기 대표는 한국제책공업협동조합(이사장 이상훈, 이하 제책조합)을 통해 제책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젊은 층의 신기술 확보를 위한 교육프로젝트를 갖추어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제책분야의 법적 제도적 장치가 시급합니다. 제책조합이 인쇄산업 하위단체로 묶여있어 독자적인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실정입니다. 제책조합에 힘을 실어주는 구조개선이 필요합니다. 제책업이 출판·인쇄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동등한 법적지위가 절실합니다.
제책분야는 인쇄업자와 출판사의 하청을 받아 일하는 구조입니다. 만약 제책조합이 인쇄·출판 분야와 동등한 관계에 선다면 자체적으로 수주도 가능하고 정부지원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봅니다.”


유성기 대표는 ‘제29회 책의날’ 수상 소감을 전했다.


“600~700명 제책인이 계십니다. 연륜이 높은 선배 제책인도 많은데 시작한 지 10여년밖에 안 된 저에게 상을 허락하신 선배님들께 죄송스럽습니다. 열심히 하려는 저를 격려하는 의미로 알고 좋은 책을 만든다는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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