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베트남, 중국에서 넘어오는 초저가 라벨갈이라도 하지 않으면 먹고살기 힘들다고 동대문 창신동 텍스타일 라벨업계에서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때 대한민국 의류라벨 기술을 선도했던 이곳이, 이제는 해외에서 유입되는 저가 라벨의 단순부착 작업에라도 매달리지 않으면 생존자체가 어렵다는 비극적인 현실에 직면했다. 국내 의류시장의 침체와 맞물려 해외저가 생산기지들이 급부상하면서, 국내 라벨 업체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특히 베트남, 중국 등은 압도적인 인건비 우위와 대규모 생산 시스템을 바탕으로 국내 생산 단가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초저가 라벨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의류브랜드와 봉제공장들조차 비용절감을 위해 해외생산라벨을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창신동의 라벨업체들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극히 제한적이다. 기술 개발이나 고부가가치 라벨 생산은 이미 해외저가 물량에 밀려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졌고, 대규모 투자없이는 경쟁력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결국, 해외에서 생산된 초저가 라벨을 국내 의류에 단순히 부착하는 라벨갈이 작업이 이들에게는 당장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자 마지막 보루가 되어버렸다. 현재 고유의 기술력이나 디자인 경쟁력을 내세우기 어려운 상황에서, 건당 몇 십원에 불과한 라벨갈이라도 받아야 직원들의 임금을 주고 공장문을 닫지 않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 깔려있다.
이는 달라진 시장의 요구와 비록 단순작업 일지라도, 이 라벨갈이 물량마저 해외로 빠져나가게 된다면, 창신동을 비롯 한국내 라벨 인쇄산업의 생산기반 자체가 완전히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업계에 팽배하게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라벨갈이’가 비록 당장의 연명수단 일지라도, 여기서 멈춘다면 미래는 없다. 정부와 업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현실적인 생존전략과 함께 장기적인 산업의 방향성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