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덩달아 관련산업들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특히 경기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골판지는 생산량이 줄고 있다. 한국제지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골판지 원지 생산량은 557만t으로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578만t)과 비교해 3.64% 줄었다.
코로나19가 절정에 달했던 2021년(598만t)과 비교하면 7% 가까이 감소한 수치다. 골판지 원지 생산량은 2022년 564만t, 2023년 545만t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그 동안에는 택배박스에 대한 수요가 계속됐고 글로벌 유통기업들이 국내 진출에 속도를 내고 전자상거래 시장이 확대되면서 타 제지업에 비해서는 나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갈수록 친환경 포장과 유통기업들의 자체포장 정책에 의해 택배수요가 줄어들면서 업계를 긴장 속에 몰아넣고 있다. 또 미국의 상호관세도 암초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상호관세조치가 7월까지 유예됐지만 우리산업 현장 곳곳에서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직접적인 수출비중은 크지 않지만 관련 산업들이 수출에 경고들이 켜지면서 덩달아골판지 업계도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더해 올해 발생해 큰 피해를 냈던 경북지역의 대형 산불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산불로 인해 과수원과 농경지 등이 불타고 큰 피해를 입으면서 골판지가 많이 쓰이던 농산물 포장박스 수요량이 급감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올해 봄부터 줄줄이 출하를 기다리던 농산물 재배에 차질이 생기면서 농산물 포장박스 수요량이 예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불피해 상황에 따르면 지난 3월말부터 4월 초까지 발생한 산불로 농작물 3862㏊와 시설하우스 783동 등이 불에 탔다. 골판지 업계는 농산물 포장 박스가 골판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략30~40%가량이라고 밝히며 봄철부터 딸기, 복숭아, 배추, 상추, 배 등이 잇따라 출하되면서 골판지 원지 생산량도 7~8월 즈음에 최고치를 찍어야 하는데, 올해는 상황을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분위기다. 여러모로 골판지 업계에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에서도 6월 조기대선이 마무리 되면 정국이 비교적 안정이 되고 경기도 조금이나마 살아나기를 희망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