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인쇄사로 인쇄물 ‘쏠림’
인쇄산업은 그 속도가 느리게 진행되고 있지만 타 제조업은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고 인공지능(AI)와 드론, 로봇 등의 기술이 연결되면서 발전 속도를 내고 있다. 그 결과 글로벌 제조업 전반에 자동화, 스마트화, 디지털화 등이 나타나고 전 세계 산업계의 최신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쇄산업 현장을 방문해 보면 아직 스마트 팩토리가 고도화 되거나 인공지능과 로봇이 본격 도입된 곳은 거의 없다고봐도 무방하다.
다만 무거운 물건을 옮기고 적재하는 등의 초보적인 분야에는 기초적인 단계가 활용되기도 한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설비와 소프트웨어 등 자동화 기술의 발전이 타 분야에 비해 느리고, 채산성에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즉 많은 비용을 들여 인쇄 공정에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로봇을 도입해서 수지타산이 맞겠냐는 것이다.
인쇄요금은 인상은커녕 장기간 정체되거나 하락하고 있고 장기불황과 저성장 구조이며, 구조적으로 인쇄물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후방 연관효과도 보호무역주의와 경기침체로 인해 회의적이다. 이 때문에 투자를 꺼리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거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자동화와 로봇시스템 구축은 요원한 것으로 들린다. 즉 규모의 인쇄, 부가가치도 낮기 때문에 인쇄과정에 고도화된 자동화와 로봇의 등장은 아직 멀었다는 것이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인쇄산업 역시 이 수순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 글로벌 제조업 지각변동을 봐도 이를 예측할 수 있다.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 정착은 필수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전쟁을 시작한 여러 가지 배경 중 하나에 리쇼어링(Reshoring)을 지목하고 있다. 즉 제조업의 미국 귀환으로 유인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생산비와 인건비 절감 등을 이유로 해외로 생산시설을 옮긴 미국 기업들을 다시 자국으로 돌아오게 만들고 있다는 진단이다. 여기에 더해 타국의 주요 글로벌 기업들도 당근과 채찍을 통해 미국으로 불러모으고 있다.
리쇼어링은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실현하는 핵심이기도 하지만 코로나19가 창궐한 이후부터 추진된 정책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핵심 제조업 분야를 자국내 생산이나 우호적인 주변국으로 재편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여기에 관세라는 충격요법을 통해 속도를 내고 규모를 키우며 제조업을 미국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미국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자동화와 스마트화, 디지털화가 제조업에 등장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이 글로벌 제조업의 핵심이 된 배경 중 하나는 값싼 노동력이다. 인건비가 싸니 가격경쟁력이 있어 제조업이 활성화 됐다. 하지만 이제는 자동화된 설비들로 생산이 가능하고 생산 효율성도 제고할 수 있으니 리쇼어링도 가능해졌다. 여기에 AI와 로봇 기술이 갈수록 고도화 되면서 탄력을 받고있다.
인공지능과 로봇 복합적인 기능 수행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은 과거 SF영화에서 보는 수준으로 발전해 있다. AI가 만든 이미지는 실제 사진과 혼동이 올 정도가 됐고 일본의 한 애니메이션 회사가 제공하는 이미지는 인기몰이를 하며 화제가 되고 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자동화를 제어하고 수행하는 그동안의 소극적인 역할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AI가 자율적 의사결정, 예측유지보수, 공정 최적화, 디지털 트윈과의 통합 등 복합적인 기능을 수행하며 산업 현장에서 실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고한다.
디지털 트윈과 AI 기술을 활용한 자동화 공정은 설계 단계부터 운영 환경에 이르기까지 데이터 흐름을 연계함으로써장비 가동 시간 향상, 에너지사용 효율 제고, 설비 고장 예측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나아가 예지보전(각각의 설비 상태를 정량적으로 파악하여 설비의 이상 상태나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태를 미리 예상하고 적절하게 유지하고 보수하는 일)기능까지 더해져 생산 현장의 효율성과 안정성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AI기술진보는 생산성 향상과 에너지 효율 개선, 인력운용의 유연성 제고 등 여러 측면에서 산업 구조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는 높은 잠재력을 지닌것으로 평가된다. 로봇도 그동안은 주로 산업용 자동화 설비에 사용되거나 물류에 활용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영역을 확장해 자동화생산설비, 산업용로봇팔, 스마트 제어 시스템 등 다양한 방면에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용접과 물류, 코팅 등과 화물 패킹, 운반, 불량테스트 및 제품 선별 작업까지 수행하기도 한다. 나아가 AI 기술을 탑재한 로봇이 물리적 ‘신체’를 통해 환경을 감지한 후 의사 결정 및 행동을 수행하는 기술도 등장했다. 이른바 휴머노이드 로봇은 로봇 팔, 다리(바퀴 등), 눈(센서와 카메라) 등의 하드웨어를 활용해 생산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한 후, AI를 통해 분석하고 작업자를 대신해 생산작업을 수행할 수 있어 고도화된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이런 기술의 발전은 일부 영역에서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기 시작하면서 영화에서나 보던 과제들, 즉 사람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기술 진보는 인쇄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쇄산업도 투자여력이 되는 기업들은 순차적인 자동화 구축을 하고 있다. 생산효율성을 높이고 고품질 인쇄물을 생산하고 있다. 이처럼 자동화를 갖춘 기업을 중심으로 인쇄물 쏠림이 나타나고 이 과정에서 향후 거대 인쇄사의 등장도 그렇게 먼 나라의 얘기는 아니다. 이런 변화되는 인쇄지형에서 어떤 포지션과 역할을 할지가 인쇄기업의 발전과 도태를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