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와 미시경제의 융합…숲도 보면서 나무도 꼭 봐야
혁신은 사라지고 부실만 늘어
2000년까지 인쇄산업은 호황기를 이어갔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등 굵직굵직한 국제행사를 치룰 때마다 한단계 더 점프업하곤 했다. 여기에다가 흑백인쇄에서 컬러인쇄로 지각판이 바뀌면서 완전한 호경기를 누렸다. 절정기는 2000년을 기점으로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인쇄가 내리막길을 걷는데는 시대변화에 둔감하고 인쇄인들의 생각과 사고, 전문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번 불붙은 호경기는 영원히 지속될 줄 알았으나 2000년대에 인터넷이 활성화되고 ICT(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부터 인쇄영토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2000년~2020년까지를 데드크로스(Dead cross)로 보면 무난할 것 같다. 성장곡선은 사라지고 매년 조금씩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2020년에는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났다. 3高에 스태그플레이션이 강하게 요동쳤다. 인쇄의 지각판도 겉잡을 수 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번 떨어지기 시작한 칼날은 잡을수도 없는 지경이다.
2020년부터 2024년 현재까지 죽음의 계곡 즉 데스밸리(Death Valley)를 건너고 있는 것이다. 데스밸리 도하과정에서 인쇄업종별 차이는 있으나 많은 인쇄사들이 문을 닫고 사라졌다.
문을 닫은 업체들을 분석해보면 소규모의 가족기업보다 종업원수가 많은 2세, 3세 경영자에서 유독 많이 나왔다.
속도 경쟁서 밀리면 성장 고속도로 오르기는 불가능
디지털 시대는 데이터가 핵심
인쇄 복층지각판 방향 알아야
인쇄역시 생물이라 감성필요
인쇄물 가격은 정체되고 인건비, 설비투자비 등 나가는 자금은 꾸준히 늘어 부채가 3高와 만나면서 폭발성이 커졌다. 부도나 폐업으로 사라진 인쇄사를 보면 부채가 큰 역할을 했다. 재무가 건전한 인쇄사는 속도를 올리겠지만 재무가 부실한 인쇄사는 부채의 역습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쓸쓸하게 손을 속속 들었다. 규모가 크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규모가 작다고 불리한 것도 아니다. 내실있고 경쟁력을 갖춘 인쇄사가 성장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인쇄사가 내실을 다지고 성장 에너지를 축적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타성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한다. 또 정보화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우물안 개구리 영역에서 반드시 벗어나야 미래가 있다.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시대변화에 뒤쳐질 수 있고 과거의 타성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새로운 영토, 신수종산업 개척에도 어려움이 제기된다. 이와함께 디지털이 보편화된 현재에는 속도전쟁에서 앞서가야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
느린 메기보다 빠른 물고기가 낫다
인쇄산업 현장에서도 곳곳에서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DX)이 이뤄지면 현재 인쇄업계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공정혁신, 원가절감, 인력감소 부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유할 수가 있다.
디지털화가 필수코스가 된 셈이다. 디지털화는 인쇄생산 속도를 상당히 빠르게 전환시킨다. 이 속도는 어떤 산업, 어떤 업종에 관계없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됐다. 속도가 바로 돈인 시대가 됐다. 따라서 속도에서 밀리면 부가가치 창출은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
그래서 느린 메기보다 빠른 물고기가 낫다는 말이 등장했다. 아날로그 시대는 먼저해서 손해보는 경우들이 있어서 속도에 상당히 신중했었다. 퍼스트 무버(Frist Mover)보다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앞사람이 먼저 시작해서 실패하면 뒷사람이 그것을 리모델링해서 유리한 성과들을 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디지털시대는 이런 사고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모든게 데이터로 움직인다. 그래서 데이터 마이닝, 데이터 그랩이 나왔고 플랫폼까지 등장하여 당당하게 성과들을 내고 있다. 여기에다가 4차산업혁명이 속도를 더하면서 메타버스, AI, 챗GPT까지 산업의 속도에 정밀도를 더하고 있다. 그래서 먼저 하는 것이 절대 유리하고 이익을 독점하여 거의다 가져가게 돼 있다. 퍼스트 무버가 절대적인 경영수단이 됐다.
경쟁사보다 먼저 해야 업종의 표준을 선도할 수가 있고 업종을 리드할 수 있다. 그래서 빨라야 한다는 것이다. 빠른 속도감각을 유지하는데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R&D)하면서 연결해서 개발(C&D)까지 해야한다. 이정도 수준까지 올라오면 경쟁 열위에 있는 상대 업체들도 싼값에 인수할 수 있는 기회도 온다. 좋은 호기가 오면 M&A로 영토를 넓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인수해서 개발(M&D)전략도 구상할 필요성이 있다.
4차산업혁명에서 IoT(사물인터넷)도 사실 따지고 보면 지혜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IoT가 성공하려면 IoB도 받쳐줘야한다. 여기서 IoB의 B는 Brain이다. IoB가 되면 완전한 IoE가 된다. 이처럼 인쇄현장에서 투명한 모델들을 자유자재로 적용하고 활용해 나간다면 속도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인쇄사가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은 모든 생산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경쟁력도 배가되고 있다는 뜻도 된다. 이와함께 속도관리는 완벽하게 통제하기 위해서는 속도페달에 정착된 거시경제와 미시경제까지 볼 수 있어야 한다.
나무도 알아야 하지만 숲도 파악해야 한다.
과거의 지각판은 단층지각판에 의해서 주로 움직이었으나 이제는 복층지각판, 다층지각판에 의해서 움직인다. 경영, 생산환경이 그만큼 다원화, 복잡화됐다는 증거도 된다. 과거의 인쇄는 단순하게 움직였으나 이제는 미시경제는 물론 거시경제까지 꿰뚫고 있어야 한다. 국내경제만 보고 있어도 안되고 국제경제까지 조명해야 된다. 즉 나무도 봐야 하지만 숲도 봐야 한다. 폭과 깊이를 알 때 방향성을 조명할 수 있어 공격을 할 것인지 방어를 할 것인지 결론이 나온다.
최고경영자(CEO)는 성실도 좋지만 지혜를 보충해야 된다는 것도 다 여기서 나온다. 지혜가 겸비될 때 지식산업사회를 열어갈 수 있는 공간과 토양이 나온다. 인쇄가 독자산업인지, 독립산업인지 아니면 종속산업인지 맥부터 짚어야 활동의 정밀성이 올라가고 더욱더 똑똑해진다.
인쇄는 종속산업이다
인쇄는 전형적인 수주산업이기에 타산업의 지원은 절대적이고 타산업의 경기동향에 매우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주문이 들어와야 생산에 착수된다. 주문이 들어오려면 거시경제와 미시경제는 물론 산업의 동향과 상태까지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 세계경제가 호경기를 맞고 수출이 잘되고 국내경기도 좋으면서 내수도 좋은 흐름을 유지해 나갈 때 인쇄경기도 같은 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거에는 단순생산에 주력하는 경우가 많았다.
인쇄물이 비교적 넉넉하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성으로 진단해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수요가 넘치는데 굳이 다른 영역, 다른 기술, 다른 방법까지 생각할 필요성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다. 반대현상이 보편화됐다. 공급은 넘치는데 수요가 모자라서 극심한 시장쟁탈전이 벌어지는 구조이다.
그래서 수요를 자극하기 위하여 인쇄물에 기능성을 추가해야 한다. 기능성이 들어가면 인쇄시장이 확대된다. 기능의 정도와 질에 따라 시장규모도 확대될 수 밖에 없다. 인쇄기술이 이때 필요한 것이다.
인쇄는 조화와 균형감각 보이면 성장모멘텀 강해
기능이 올라온 인쇄물들이 효과를 발휘하면 인쇄사는 생존을 위해 너나할 것 없이 나설 것이고 기능성의 효과는 대중화 단계로 접어들어 질적수준 향상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시기에 인쇄물에 감성을 더하면 살아있는 생생한 인쇄물이 생산돼 인쇄영토가 확장된다. 인쇄가 지식산업, 예술산업이라고 하는 것도 감성이 첨가되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이와같이 인쇄는 여러가지 종속변수들이 상호융합되고 조화를 이뤄나갈 때 시장이 확대되고 가동률이 올라가서 성장을 위한 소중한 기초여건들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더 많은 인쇄영토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본질인 종속변수를 굳건하게 지키고 활용하면서 독자변수에 의한 독자영역에 대해서도 한걸음 더 가까워져야 한다. 비록 자동차, 가구, 가전제품처럼 제품을 만들어서 파는 구조는 아니지만, 캘린더, 다이어리, 엽서 등 어느정도 고정화를 시켜도 크게 무리가 없고 더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할 경우에는 독자산업으로서의 영역을 구축할 수도 있다.
종속을 기반으로한 독자산업 브랜드 영토가 형성되면 인쇄의 위상이 더욱 공고해지고 인쇄의 가치도 향상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속도를 한층 더 내야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취재 및 정리 = 박우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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