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골 깊어져 사기저하
우리경제가 수출은 그나마 살아나고 있지만 내수경기는 아직 좋아지지 않고 있다. 수출은 인공지능(AI)등을 중심으로 반도체 경기가 호조를 보이면서 선방하고 있지만 내수와 현격한 온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구조적인 요인의 여파로 인해 소비를 중심으로 한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여기에 고환율까지 더해져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경기불황의 여파가 장기화되고 저출산 고령화의 늪이 갈수록 깊어지면서 점점 내수회복에 탄력을 잃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금리인하를 기정사실로 하고 시기만 저울질 하고 있지만 미국의 금리인하가 아직 요원해 결정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불경기는 대표적인 경기민감 업종인 인쇄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형적인 후방연관효과 산업인 인쇄는 우리산업 전 분야가 골고루 성장해야 비로소 그 열매를 풍성하게 수확할 수 있다.
하지만 갈수록 경기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인쇄산업의 영역을 잠식하는 ICT(정보통신기술)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어 규모축소가 불가피하다. 여기에 최근에는 계절적인 비수기까지 겹쳐 인쇄물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인쇄산업은 물론 관련 업종에서도 지속적으로 경비를 줄이고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구조조정 계속 된다
인쇄업계는 지속해서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업체의 규모를 줄이는것은 물론 인력과 설비, 비용, 인쇄물 종류 등 복합적인 분야에서 나타나는 것이 특이점이다. 먼저 인력과 설비, 비용의 경우는 인쇄물이 부족해서 경영난을 개선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다.
일례로 경기도의 한 인쇄기업은 최근에 기계를 요일제로 가동하고 있다고 한다. 즉 월화수목은 인쇄물이 있어서 집중해서 가동하고 나머지 요일에는 쉬는 형태라고 한다.
인쇄물 자체가 확연이 줄어든 것도 있지만 무리하게 다른 분야의 인쇄물을 싼 가격에 수주, 인쇄기를 돌리는 것보다는 이 형태가 낫다는 판단을 했다고 한다. 경기가 어렵고 불확실하니 무리하게 확장해서 공격경영을 하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나 잘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이렇다보니 인력도 최소인력으로 재편하고 설비도 일부는 정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경영비용을 줄이면서 채산성 악화를 막고 있다.
또 다른 인쇄기업은 인쇄물 종류를 줄여서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다른 분야는 인쇄물이 줄어든 것도 하나의 요인이지만 인쇄기를 가동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도 원인이다. 고령화로 인쇄기를 가동할 전문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그렇다고 전문적인 기술이 없는 사람을 채용해서 교육을 하면서 답답하게 인쇄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한다. 그렇게 하기에는 인쇄업의 업황이 너무 좋지가 않고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규모가 있는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현장에서 작업복을 입고 직원들과 인쇄기를 가동하는 경영인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불필요한 부분의 인쇄설비는 역시 정리를 하려고 생각중이라고 한다.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그래도 자사의 공장이라 임대료가 없어서 버티는 것이지 정말 어려운 시기인 것 같다는 말을 남기고 다시 현장으로 달려갔다.
경비 줄이기에 구조적 요인 겹쳐
수도권의 한 업체는 최근 서울사무실을 정리하고 경기도의 공장으로 합쳐서 이전했다. 인쇄물이 줄어들고 경영이 악화되자 어쩔 수 없는 조치를 내린 것이다. 이런 현상은 과거에도 종종 있어왔지만 최근에는 그 정도가 빈번해졌고 이른바 규모가 좀 있는 업체들도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서울사무소를 정리하는 이유와 관련해서는 경비 줄이기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었다.
과거에 인쇄업체가 넘쳤던 서울 중구 충무로와 을지로, 성동구 성수동, 영등포구 등이었지만 최근에는 그 숫자가 현저하게 줄어들어 딱히 서울사무소의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는 것이다.
즉 일거리가 눈에 띠게 줄어들어 경기도의 공장에서도 업무를 원활하게 처리하는데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업무 효율성이 현저하게 높다거나 일이 넘치는 것도 아닌데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면서 굳이 서울에서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또 과거 집적지에 다양한 인쇄업체들과 관련 업종들이 모여서 인쇄를 하며 시너지를 내는 구조가 아니라고 한다. 서울 인쇄소의 경우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규모가 갈수록 쪼그라들어 하청 등의 인쇄물도 줄어들고 디지털로 변화되면서 대량의 인쇄물도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업무 시너지도 내기가 힘든 구조가 됐다. 실제로 서울의 인쇄 집적지를 가보면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이전한 곳이 많으며 그 자리에는 오피스텔과 아파트 등이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때문에 인쇄업계에서는 고금리와 불경기로 인해 인쇄업 전반의 사기가 너무 저하됐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거대설비와 공장을 가동하는 만큼 부채에 대한 리스크를 잘 못 관리하면 한순간에 평생에 걸쳐 쌓아온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도 이런 일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 업종 전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끊임없는 구조조정으로도 좋은 결과를 낼 수가 없다는 점이 더욱 답답한 현실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