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과 연결해야 성과
인쇄산업이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연관 기업들도 부진한 상황이다. 인쇄와 관련된 기자재와 부자재, 종이 등의 기업들 매출이 신통치 않은 것이다. 업황을 묻는 질문에 대부분 손 사례를 치면서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한다. 인쇄기가 잘 돌아가야 동반수요도 늘어 관련 산업들이 호황을 맞을 텐데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큰일이라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서도 그나마 디지털 인쇄기 분야는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일례로 글로벌 디지털인쇄기를 판매하는 한 회사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쇄기 판매가 소량이지만 계약 체결돼 설치가 되고 있다면서 어렵다 어렵다고 해도 성장하는 인쇄기업들이 있기는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는 매년 판매량이 소폭이지만 늘어나고 있어 그나마 선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국내 인쇄업계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 걱정인데 그래도 꾸역꾸역 앞으로 나가고 있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의견을 반영하듯 일부 인쇄기업에서는 인쇄기를 새로 설치했다는 얘기들이 가뭄에 콩 나듯이 가끔 들리고 있다. 과거처럼 많은 사례를 찾아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되는 인쇄기업들이 있다는 반증이어서 반갑기도 하다.
드루파 전시회서도 디지털 인쇄기 두각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7일까지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개최된 세계적인 프린팅 전시회인 드루파(drupa)에서도 디지털 인쇄기가 두각을 나타냈다는 후문이다. 복수의 전시회 참가자들은 전시회 분위기를 전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인쇄와 관련업체들이 출품을 했는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은 디지털인쇄기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국에서 디지털인쇄가 인기를 끄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통인쇄기와 솔루션을 제공하는 국내 한 회사관계자는 이번 전시회는 8년만 열리는 것이어서 변화하는 글로벌 인쇄 트렌드를 읽고 새로운 기술이 접목되고 있는 인쇄산업 현주소와 미래를 살펴보고 왔다면서 디지털 인쇄가 아직 극복할 점도 있지만 대세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참고로 드루파 전시회는 4년마다 개최됐으나 이번에는 코로나19팬데믹 등의 영향으로 8년 만에 개최됐다.
사실 이번 전시회의 테마 중 하나가 ‘지속가능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통인쇄보다는 디지털 등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인쇄뿐만 아니라 포장전시회 등도 최근의 주제가 지속가능성이다. 참고로 지속가능성이란 생태계가 미래에도 유지할 수 있는 제반 환경이란 의미로 한마디로 ‘미래 유지가능성’으로 요약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경영의 화두가 되고 있다. 인간과 자원의 공생, 개발과 보전의 조화, 현 세대와 미래 세대 간의 형평 등을 추구한다.
이런 주제가 드루파 전시회를 관통하면서 전시품목뿐만 아니라 포럼 등을 통해 인쇄 및 종이 업계가 지속가능한 변화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논의했다. 아울러 이런 변화 과정을 가속화하고 확장 효과를 얻기 위해 4차 산업혁명과 ICT(정보통신기술)를 연결하는 것이 필수인데, 그 중심에 디지털화가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한다. 때문에 디지털 인쇄기가 전시회의 중심에 서는 것은 이미 예상된 것이다.
미래기술과 접목시키는데 주력해야
이처럼 디지털 인쇄기가 인기를 모아가는 데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맞춤형 소량인쇄가 가능하고 인쇄판을 만들 필요가 없어 신속한 작업이 가능하고 고객의 요구에 즉각 응대할 수 있는 적시성도 갖추고 있다. 아울러 단시간 생산 및 소규모 주문형 인쇄시 작업할 때 드는 시간과 비용적인 측면에서의 절감이 가능하고 재고가 크게 남지 않아 경제적이다.
이처럼 장점이 많기는 하지만 대세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할 과제도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과 연결하고 ICT기술을 다양하게 접목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핵심은 고도화된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는 것이다. 흔히 인쇄는 여러 가지 이유들을 들며 스마트 팩토리와 접목시키기가 어렵다고 한다. 인쇄설비 자동화와 이를 연결하는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대표적인 난제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인쇄산업 전체가 지금의 당면한 어려움을 해결할 수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의 근로 정책에 흔들리고 생산성이 갈수록 떨어지며 만성적인 인쇄전문가의 부족에 시달리고 우량인쇄기업의 출현이 요원해 결국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지원에서도 점점 소외되는 힘없는 산업으로 전락하게 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자동화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드론 등 대부분이 자동화를 위해 쓰이고 있다. 자동화는 인쇄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이런 스마트 팩토리로 가는 첫 단추가 디지털 인쇄기이다.
지금은 비록 디지털 인쇄기술이 고도화된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는데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향후 방향은 자동화로 정해져 있기에 기술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디지털 인쇄기가 지속적으로 기술을 개발해 자동화를 주도하고 첨단 기술을 접목시키는데 앞장서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