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과 순환경제에 대한 각국정부의 정책 드라이브가 거세지면서 친환경 제품도 덩달아 인기를 모아갔다. 소비자들은 가능하면 친환경 제품을 소비하겠다며 각종 조사에서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다.
이런 분위기에 각국의 기업들도 친환경 제품들과 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여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추며 차별화를 꾀했다. 국내에서도 제지기업들을 선두로 각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또는 협업을 통해 친환경 제품들을 개발하고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그 결과 친환경 제품이 인기를 모으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친환경 소재로 만든 제품들이 가격이 더 비싸 소비를 꺼리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제지업계 한 관계자는 “친환경 소재로 만든 제품들에 대한 선호도는 높으나 정작 단가가 비싸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제품들이 많지 않고 소비도 획기적으로 증가하지 않고 있다”면서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 제고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제지업계 친환경 제품 개발 두드러져
제지업계는 그동안 친환경 소재와 제품 개발에 힘을 쏟아 왔다. 글로벌세아그룹의 골판지 상자제조 전문기업인 태림포장은 지난 4월 고강도 경량 골판지 상자를 개발, 관심을 끌었다. 이 제품은 같은 달 열린 ‘제24회 국제포장기자재전’에 출품됐다.
한솔제지의 친환경 종이 포장재 ‘프로테고’는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녹색기술이 적용된 녹색기술제품’ 인증을 획득했다. 전과정평가(LCA)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기존 제품 대비 탄소 배출량을 39% 저감하고 사용 후 종이로 분리 배출해 종이 원료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한솔제지가 개발한 친환경 종이 용기 ‘테라바스’는 ‘자연을 담는 용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테라바스는 플라스틱 계열 코팅제를 대체해 한솔제지가 자체 개발한 친환경 수성 코팅액을 사용해 카페 등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컵이나 빨대를 대체할 수 있다.
유한킴벌리는 공용 화장실에서 많이 사용하는 종이 핸드타월을 새 종이를 만드는 재료로 재활용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그냥 소각장으로 보내곤 했지만 점점 더 많은 기업들과 지방자치단체들이 동참, 재활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밖에도 다양한 기업들이 속속 친환경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고물가에 친환경 제품 소비 줄어
하지만 최근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비싼 친환경 제품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비단 친환경 제지업뿐만 아니라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제품이나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착한 소비’ 제품의 경우 대량 생산되는 공산품보다 평균 가격이 많게는 배 이상 비싸다고 한다.
그동안 친환경 제품을 우선 구매하던 소비자들이 물가가 너무 올라 소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친환경 브랜드 제품을 계속 사서 쓰는 게 맞는지에 대한 회의가 일고 있다는 것이다. 덩달아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제로 웨이스트(zero-waste)’ 상점들도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란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재사용이 가능한 제품을 사용하거나 포장지 등 폐기물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재활용하는 환경 운동이다. 하지만 전국의 제로 웨이스트 매장이 점점 줄고 있고 매출 역시 신통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에서도 제지업계는 지속적으로 친환경 소재와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갈수록 종이의 영역이 줄어들어 외연 확장의 방향을 친환경으로 잡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제지업계가 친환경 소재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것은 나노셀룰로스 신소재 응용기술 개발이다. 나노셀룰로스는 식물 섬유를 나노 단위까지 쪼갠 일종의 바이오 플라스틱이다. 자연에서 생분해가 가능한 친환경 첨단 소재로 미용, 의료,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관련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19%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