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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 제책’ 감성 성장동력 강하다 - 책등 표지 없는 제책 이미지 180도 전개 - 그림 중시 제책 활용 파본 문의도 잇달아
  • 기사등록 2022-03-28 09:3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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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전지를 몇번 접느냐에 따라 그 크기가 결정된다.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 포켓용 여행서나 요리책 같은 실용서를 제외하고 그간 성인용 도서는 작아야 예전 교과서 크기나 그보다 약간 큰 정도의 일반단행본 책과 그보다 큰 잡지 크기의 책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최근엔 불량품인가 싶은 누드제책의 책들이 독자들의 호기심을 끌고 있다..

누드제책(누드 사철 제책)은 종이묶음 여럿을 실로 꿰매 합친 뒤 책등(서가에 세로로 꽂았을 때 보이는 등 부분)을 표지로 덮지 않고 마무리해 실이 그대로 보이는 특수한 형태의 제책 방식이다.

모아진 페이지들을 지탱해주는 딱딱한 부분이 없어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180도로 활짝 펼쳐지기 때문에 그림을 중시하는 책의 제본에 유리하다. 양장이나 일반책의 제본처럼 페이지 안쪽이 책등 쪽으로 물려들어가지 않아 그림을 시원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어서 오세요, 고양이 식당에’와 태학사의  ‘알고 보면 반할 지도’, 목수책방의 ‘베케, 일곱 계절을 품은 아홉 정원’ 등이 이 방식을 활용했다. 각각 고양이 사진, 고(古)지도 도판, 정원 풍경을 여럿 담았다. 이들 책에 실린 사진과 도판은 한 면을 넘어 옆면을 ‘침범’한다. 

누드제책은 책을 펼쳤을 때 가운데 부분이 갈매기 모양으로 굴곡지지 않고 평탄한 특징을 활용한 것이다. 가운데 물림이 없어 이렇게 편집해도 이미지 전체가 그대로 보인다.

누드제책은 상대적으로 낯선 방식이다 보니 실물 책을 본 적 없이 온라인으로 구매한 독자가 ‘파본 아니냐’라고 묻기도 한다. 그러나 엄연한 의도가 담긴 제책 방식으로 책등에 노출된 실도 디자인 요소의 하나다. 

누드제책은 책등에 제목을 쓸 수 없어 서가에 꽂아두면 독자들이 어떤 책인지 알아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출판사들은 제목을 쓴 띠지를 두르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다. 

서가에 꽂힌 책보다는 온라인을 통해서 또는 서점 매대에 놓인 책을 사는 비율이 높아진 것도 출판사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 부담을 덜 느끼는 이유다. 

책이 펼쳐진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독서대 없이 볼 수 있다는 것도 소소한 장점이다.

누드제책 확산은 종이책 소비보다 전자책과 영상물 소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독자들에게 ‘책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을 주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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