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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제책’은 책의 얼굴이다 - 유럽 ‘를리외르’ 장인 - 프랑스 중심으로 발전 - 국내도 20여년전 도입
  • 기사등록 2020-11-27 18: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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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문화 자리 매김 

공방 등 통해 자리 잡아 

애호가 및 고객층 형성


출판사가 종이책을 펴내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제책방식과 표지를 사용한다. 

제책과 표지선택의 중요한 기준은 책의 종류가 어떠한 것인지 책이 목표로 하는 시장이 어디이며, 구매하려는 독자집단이 어떠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책 제작의 마무리 작업인 제책은 문서들의 낱장을 표지로 감싸서 한권의 책으로 탄생되는 가슴 설레는 한 과정이다.

낱장들을 표지로 감싸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들기 전까지 문서들은 두루마리에 작성되거나 낱장인 종이, 양피지 등에 작성되었다. 두루마리로 문서 내용을 기록하여 보관하는 대신에 코덱스 방식이 새롭게 도입되면서 제책의 역사는 시작됐다. 코텍스라는 용어는 나무토막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나왔다. 코덱스는 지금 개념의 종이책과 비슷한 형태로 나무나 얇은 금속판을 끈이나 금속으로 낱장을 묶어서 표지로 싼 것이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제책들을 살펴보면 그 시대 최고의 기술을 적용한 보석과 금세공, 상아 조각, 자수 공예 등을 보여주고 있다.


외관적 아름다움과 함께 

내구성 중시


예술제책의 본격적인 출발은 중세 수도원에서 신과 성인에게 바치는 책을 튼튼하고 화려하게 엮어내면서부터였고, 르네상스 시대엔 왕립 도서관 소속의 제책가들에 의해 프랑스를 중심으로 주변 나라들에서 발전해왔다. 

종이 책을 아름답고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고쳐주는 사람들을 를리외르, 예술제책가라고 부른다.

예술 제책은 사람 눈에 보기 좋기보다, 책이 오랫동안 건강하게 제 기능을 다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책이 상하지 않기 위해서는 책 몸통 구석구석에 높낮이가 다른 ‘턱’이 없어야 한다. 뾰족한 모서리가 있어서도 안 된다. 

책을 펴거나 덮을 때 책등과 배 사이에 홈이 생겨도 책은 금방 너덜너덜해진다. 턱, 모서리, 홈이 없는 책을 제책하기 위한 방법은 단 하나. 사람의 손으로 직접 가죽을 저미고, 사포를 문지르고, 바느질을 하고, 적당한 힘으로 망치를 내리치는 수밖에 없다.

지금은 책의 새로운 문화로써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지만, 그 바탕에는 주로 왕이나 귀족, 성직자들을 위한 상류 고급문화가 자리하고 있었다.


프랑스 최고 장인에 

한국인 최초 선정 


프랑스의 경우 1, 000여명에 이르는  예술제책가들은 아틀리에를 운영하거나, 프랑스 전역에 산재해 있는 도서관들의 책을 복원하거나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전통제책의 형식을 지키며 완벽한 기술을 요하는 장인의 발굴에 힘을 써 오다가 1990년대 초부터 예술제책이 더이상 특정한 이들을 위한 소유물이기를 거부하며 대중화작업에 힘쓰고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도 40년 전에 예술제책 작업이 시작되어, 이제 활성화가 되기 시작했다. 예술제책가들도 500여명에 이른다.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예술제책 역사는 불과 10여년 남짓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짧은 역사에 비해 발전 속도는 빠르다. 

예술제책 불모지였던 한국이 불과 몇 년 사이에 새로운 문화 정착의 알찬 유년기를 지나, 더 성숙한 제책문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프랑스 최고 장인'(Meilleur Ouvrier de FranceㆍMOF)으로 조용덕 씨가 예술 제본 분야에서 한국인 최초로 선정이 되기도 했다. MOF는 한 영역의 장인으로 프랑스가 국가로서 인정하는, 프랑스 국가 공인 자격증으로 최고의 가치를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타이틀이다. 


지역단위 거점공간에 

예술공방도 조성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예술제책과 관련된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에는 행정안전부가 추진하는 지역단위 거점공간 조성 사업으로 전라북도 고창군 해리면 월봉마을 책마을 해리에 ‘누구나 예술가, 어디나 예술공방’을 주제로 한 마을 예술공방이 만들어져 스스로 종이를 만들고, 염색·제책 등을 하면서 책을 만드는 공간도 조성되었다. 

예술제책이 침체된 우리나라 제책시장에 어떤 활력소를 불어넣어 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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